COLOR THEORY 02: RGB와 CMYK 색상 혼합의 차이점 - 가산혼합과 감산혼합 완벽 가이드

어릴 적 수채화 시간을 떠올려보자. 파란색과 노란색 물감을 섞으면 초록색이 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컴퓨터 앞에 앉아 포토샵을 만지다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빨간색과 초록색 빛을 섞으면 노란색이 된다니? 학교에서 배운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오늘은 이 혼란스러운 색의 혼합 원리를 명쾌하게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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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THEORY 1편 - 색의 원리와 빛의 관계 - 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검은 배경에 다양한 색상의 반투명 원형 보케(bokeh) 효과가 겹쳐진 모습. 파란색, 초록색, 분홍색, 보라색, 주황색, 노란색 등의 원형 빛이 서로 중첩되어 새로운 색상과 반투명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빛의 가산혼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이미지.

빛을 더하면 밝아진다, 가산혼합

어두운 방에서 손전등 실험을 해보자. 빨간색 셀로판지를 씌운 손전등과 초록색 셀로판지를 씌운 손전등을 준비한다. 각각 벽에 비추면 빨간 원과 초록 원이 생긴다. 그런데 두 원이 겹치는 부분은 무슨 색일까? 놀랍게도 노란색이다. 빨간빛과 초록빛이 만나니 노란빛이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산혼합(加算混合)이다. '가산'이라는 말 그대로 빛을 '더하는' 방식이다. 빛을 더할수록 밝아지고, 모든 색의 빛을 더하면 흰색이 된다. 우리가 매일 보는 스마트폰, 컴퓨터 모니터, TV가 모두 이 원리로 작동한다. 가산혼합의 기본 색은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이다. 바로 RGB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수백만 가지 색을 만들 수 있다. 빨강과 초록을 섞으면 노랑이 되고, 초록과 파랑을 섞으면 시안(청록색)이 된다. 파랑과 빨강을 섞으면? 마젠타(자홍색)가 나온다. 그리고 세 색을 모두 같은 강도로 섞으면 흰색이 만들어진다.

검은 배경에 'RGB COLOR MODEL'이라는 제목과 함께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 세 개의 원이 벤 다이어그램 형태로 겹쳐 있다. 원들이 교차하는 부분에는 새로운 색상이 생성되어 노랑(Yellow), 시안(Cyan), 마젠타(Magenta)가 표시되어 있으며, 세 원이 모두 겹치는 중앙에는 하얀색(White)이 표시되어 있다. 빛의 가산혼합 원리를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왜 하필 RGB일까? 우리 눈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망막에 있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각각 이 파장대의 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간의 시각 시스템에 맞춰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한 결과다.

빛을 빼면 어두워진다, 감산혼합

이제 물감 이야기로 들아가 보자. 하얀 종이 위에 노란색 물감을 칠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햇빛은 무지개의 모든 색이 섞인 백색광이다. 이 햇빛이 노란 물감에 닿으면, 노란 물감은 선택적으로 일을 한다. 파란색 파장만 쏙 골라서 흡수하고, 나머지 색들은 반사한다. 우리 눈에는 반사된 빛만 들어오니까, 빨간색과 초록색이 섞인 빛이 들어온다. 이게 바로 우리가 '노란색'이라고 부르는 색이다. 여기에 파란색 물감을 섞으면 더 재밌어진다. 파란 물감은 자기 나름의 취향이 있다. 빨간색과 노란색 파장을 흡수하고, 파란색만 반사한다. 자, 이제 두 물감이 만났다. 노란 물감은 "나는 파란색을 먹을래!" 파란 물감은 "나는 빨간색이랑 노란색을 먹을래!" 그러면 뭐가 남을까? 초록색만 덩그러니 남는다. 둘 다 초록색은 안 먹으니까. 그래서 우리 눈에는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감산혼합(減算混合)이다. 왜 '감산'이라고 할까? 빛을 '빼기' 때문이다. 물감을 섞을수록 점점 더 많은 색의 빛이 흡수되어 사라진다. 마치 방에서 전구를 하나씩 끄는 것처럼 점점 어두워진다. 그래서 어릴 때 물감 놀이하다가 여러 색을 막 섞으면 예쁜 색이 아니라 칙칙한 색이 나왔던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빨강, 노랑, 파랑 물감을 모두 섞으면 모든 빛을 흡수해서 완전히 검은색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실제로 섞어보면 탁한 갈색이나 짙은 회색이 된다. 왜일까? 완벽하게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물감은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조금씩은 빛을 반사한다. 감산혼합의 기본 색은 시안(Cyan), 마젠타(Magenta), 노랑(Yellow)이다. 줄여서 CMY라고 부른다. 색을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인쇄의 세계, CMYK

그런데 실제 인쇄에서는 CMY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검정(blacK)을 더해 CMYK를 사용한다.

왜 검정을 따로 쓸까?

1. CMY를 모두 섞어도 완벽한 검정이 나오지 않는다.

2. 검은 글씨를 인쇄할 때 세 가지 잉크를 섞으면 비용이 많이 든다.

3. 잉크가 너무 많으면 종이가 울거나 번지기 쉽다.

그래서 검정 잉크를 따로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흰색 배경에 'CMYK COLOR MODEL'이라는 제목과 함께 시안(Cyan), 마젠타(Magenta), 노랑(Yellow) 세 개의 원이 벤 다이어그램 형태로 겹쳐 있다. 원들이 교차하는 부분에는 새로운 색상이 생성되어 파랑(Blue), 초록(Green), 빨강(Red)이 표시되어 있으며, 세 원이 모두 겹치는 중앙에는 검은색(blacK)이 표시되어 있다. 잉크의 감산혼합 원리를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CMYK 수치 시스템: 0%부터 100%까지의 마법

CMYK에서 색상은 각각의 잉크 농도를 퍼센트로 표현한다. 각 채널은 0%에서 100%까지 조절할 수 있다.

◦Cyan 0~100%, ◦Magenta 0~100%, ◦Yellow 0~100%, ◦Black 0~100%

예를 들어보자.

◦순수한 빨간색: C0%, M100%, Y100%, K0%

◦깊은 바다색: C100%, M60%, Y0%, K20%

◦연한 분홍색: C0%, M30%, Y10%, K0%

◦완전한 검정: C0%, M0%, Y0%, K100%

흥미로운 점은 같은 색이라도 여러 조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회색을 만들 때 K(검정) 50%만 쓸 수도 있고, CMY를 각각 50%씩 섞어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K 50%는 균일한 회색이 나오지만, CMY 조합은 미묘한 색조가 있는 회색이 된다. 인쇄소에서는 이 네 가지 수치를 조절해 수백만 가지 색을 표현한다. 컴퓨터 화면에서 "C=20%, M=80%, Y=100%, K=5%"라고 입력하면, 인쇄기는 정확히 그 비율로 잉크를 뿌려준다. 마치 레시피처럼 정확한 배합이 가능한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네 가지 잉크를 모두 100%로 쓰면 총 400%가 되는데, 이렇게 하면 종이가 잉크를 감당하지 못해 번지거나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총 잉크량(TAC, Total Area Coverage)을 300% 이하로 제한한다. 이런 기술적 제약도 CMYK 시스템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RGB와 CMYK, 두 세계의 충돌

컴퓨터 디자이너들이 자주 겪는 고민이 있다. 모니터에서 선명하게 보이던 색이 인쇄하면 칙칙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형광빛 나는 밝은 초록색이나 선명한 파란색이 문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RGB는 빛을 직접 내보내는 방식이다. 아주 밝고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고, 색 영역(color gamut)도 넓다. 반면 CMYK는 빛을 반사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 종이의 질, 잉크의 농도, 인쇄 조건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 같은 RGB라도 기기마다 다르게 보인다. 내 모니터와 당신의 모니터에서 같은 파일이 다른 색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모니터를 정확하게 보정(캘리브레이션)하고, 표준 색상 프로파일을 사용한다. 재미있게도 가산혼합의 기본색(RGB)과 감산혼합의 기본색(CMY)은 서로 보색 관계다. 빨강의 보색은 시안, 초록의 보색은 마젠타, 파랑의 보색은 노랑이다. 한쪽에서 더하는 색이 다른 쪽에서는 빼는 색이 되는 절묘한 관계다.

일상 속 색 혼합의 비밀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원리를 활용한 것들이 가득하다. 무대 조명은 여러 색깔의 빛을 겹쳐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것은 가산혼합이다. 빨간 조명과 초록 조명이 겹치면 노란빛이 되고, 세 가지 색 조명을 모두 켜면 백색광이 된다. 컬러 프린터는 네 가지 잉크 카트리지(CMYK)로 수백만 가지 색을 인쇄한다. 이것은 감산혼합이다. 돋보기로 인쇄물을 확대해 보면 작은 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빛의 삼원색"과 "색의 삼원색"이라는 용어다. 학교에서 "색의 삼원색은 빨강, 파랑, 노랑"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좀 애매한 표현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통적으로 화가들이 사용해 온 물감의 기본색"이 맞다. 옛날부터 화가들은 경험적으로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 물감만 있으면 대부분의 색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정확한 방법이 생겼다. 현대 인쇄 기술에서는 CMY를 쓴다. 이게 과학적으로 더 정확한 감산혼합의 기본색이다. 빨강, 파랑, 노랑보다 더 선명하고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오해는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감산혼합에서만 맞는 이야기다. 가산혼합에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정반대로 흰색이 된다. 빛을 다루느냐, 물감을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색의 일관성도 흥미로운 주제다. 형광등 아래에서 산 옷이 햇빛 아래에서는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같은 색으로 보이던 두 물체가 다른 조명에서는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메타메리즘'이라고 한다. 조명의 종류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의 색 혼합

요즘은 디지털 기기에서 색을 다루는 일이 많아졌다. 포토샵에서 색을 고를 때 RGB 값을 입력하기도 하고, 16진수 코드(#FF0000 같은)를 쓰기도 한다. 웹 디자이너들은 RGB를, 인쇄 디자이너들은 CMYK를 주로 사용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정할 때도 이런 원리를 알면 도움이 된다. 사진이 너무 노랗다면 파란색을 더하고, 너무 붉다면 시안을 더한다. 반대로 너무 파랗다면 노란색을, 너무 시안빛이라면 빨간색을 더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최근에는 HDR(High Dynamic Range)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더 넓은 색 영역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기존 RGB보다 순수하고 채도 높은 색을 보여준다. 미래에는 공간 광학 프로젝션이나 새로운 시각화 기술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색 표현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혼합의 원리를 알면 색이 다르게 보인다

색의 혼합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일상이 흥미로워진다. TV 화면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작은 RGB 서브픽셀들이 빛나고 있다. 잡지를 확대하면 CMYK 망점들이 정교하게 배열된 것이 보인다. 노을이 붉은 이유, 하늘이 파란 이유도 새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디지털 아트를 하든, 전통 회화를 하든, 원리를 알면 원하는 색을 정확히 만들어낼 수 있다. 실수가 줄고 작업 효율도 높아진다.

다음에 모니터 앞에 앉거나 붓을 들 때, 오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빛을 더하는 세계와 빛을 빼는 세계, 이 두 가지 원리만 제대로 이해해도 색채 감각이 한층 발전할 것이다. 색의 과학을 알수록 우리가 보는 세상은 더욱 풍성해진다.

COLOR THEORY 3편 - 색의 3요소 완벽 가이드 - 색상, 명도, 채도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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